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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활동과 창조 . 문화 경영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10/04/16
  • 조회수2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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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활동과 창조ㆍ문화경영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박현준 _ 한국메세나협의회 A&B팀 과장
 

최근 몇 달 동안 세계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을 두 명만 꼽자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과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일 것이다. 둘 모두 변변한 대학교육조차 받지 못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발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한 기기 판매를 넘어 IT산업의 틀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제임스 카메론 역시 3D산업 발흥의 기폭제가 되었다.

두 사람이 일으킨 혁명은 완벽한 공정관리와 철저한 원가절감으로 대변되는 도요타식 경영의 몰락과 중첩되며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관리에서 창조로, 이윤창출에서 가치창출로의 변화가 본격화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를 관통할 수 있는 두 개의 키워드는 바로 ‘창의성’과 ‘윤리성’일 것이다. 이제 창의경영과 윤리경영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하는 모든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이같은 가치를 기업경영에 무리없이 착근시킨다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재원이 한정돼 있고 기업 경영의 역사도 짧으며 인적 자원도 부족하기 마련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은 국고 펀드의 보조를 통해 중소기업의 창의경영과 윤리경영을 북돋우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중소기업이 예술단체에 후원한 금액 만큼을 국고에서 예술단체에 추가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본 사업은 일차적으로는 예술단체의 경쟁력 강화와 자생기반 구축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술의 창조성을 기업 경영에 응용하고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윤리경영을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출연으로 시행된 이래 올해로 4년째를 맞이했으며 그간 총 113건의 결연을 성사시키고 38억여 원의 지원금을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등 대표적인 예술경영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앞서 창의경영과 윤리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기업의 예술지원 활동, 즉 메세나 활동을 여기에 바로 응용하는 것에는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가장 기초적인 메세나 활동은 직접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는 효과를 획득할 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마케팅 활동과 직접 연계한 메세나 활동을 펼칠 수 있다. 고품격 클래식 공연을 후원하고 VIP고객들을 초청하는 등의 행위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가장 발전된 형태의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경영 전략과 연계된 것이다. 메세나를 활용한 임직원 교육 활동과 복지 증진, 그리고 이를 통한 애사심과 자긍심 고취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직 메세나의 역사가 길지 않고 특히 중소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의 활동이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단계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매칭펀드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예술경영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차츰 메세나 활동을 기업 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도 매칭펀드 사업을 통해 결연을 맺은 (주)이건환경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경우이다.


수혜자 입장 벗어나 협력 프로그램 제안

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미술자료 수집 및 소장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건환경은 ‘환경’과 ‘나눔’을 모토로 삼고 있는 자연친화적 기업이다. 이건환경의 도움으로 성공리에 기획전을 개최한 박물관 측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기업의 모토를 주제로 한 조형물을 제작하기로 하고 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가 임옥상 씨에게 참여를 부탁하였다. 이에 임옥상 씨는 환경과 나눔을 주제로 한 조형물을 설계하되 '이건에서 생산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이건의 직원들이 직접 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양한 이건 구성원을 상징하는 5명의 인체상이 구상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건의 2008년 입사동기생 13명이 제작에 착수했다. 재료는 이건에서 생산한 600장의 합판이었다. 꼬박 이틀간의 밤샘 작업 끝에 <희망의 프리즘>이라는 제목의 조형물이 완성되었고 이건의 전 직원은 작품의 합판 사이사이에 새해 소망을 적은 쪽지를 끼워 넣었다. 이건그룹 사옥 로비에 전시된 조형물은 이내 직원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방문객들에게 이건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명물이 되었다. 지금은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와 관람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라고 한다.

이건의 이같은 성공사례는 수동적인 수혜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기업 측에 선도적으로 협력 프로그램을 제안한 예술단체의 적극성과 이를 기업의 지향점과 연결시켜 경영에 활용해보겠다는 기업의 창조적인 마인드가 조화를 이뤄 만들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형편이 어렵다고 예술단체들이 툭하면 기업에 지원을 요청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 경제와 문화가 만나 양쪽 모두가 도움을 받는 예술창조의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중앙일보] 인터뷰)라는 김달진 관장의 코멘트는 성공적인 메세나 활동을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예술단체 쪽의 능동적인 참여와 협력 마인드가 필수적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예술과 경영이 만나, 구체적 성과 이어져

미술을 기업의 사내 복지와 성공적으로 연결시킨 사례는 부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선박부품 제조업체인 대창메탈과 문화기획 집단인 ‘문화소통단체 숨’이 함께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2008년부터 2년간 매칭펀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대창메탈은 흔쾌히 기업 공간과 재원을 지원하였으며 ‘숨’은 기업체 휴게공간 개선 작업과 기업 상징 조형물 설치 작업을 기획, 주관하였다.

실용성에 초점을 둔 공공미술 프로젝트답게 기획자와 작가들은 ‘공장’이라는 공간의 기능성과 그 공간의 이용자인 근로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작품 속에 그들의 삶의 가치가 담길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회사 정문 기둥에는 근로자의 열정을 돌과 철로 표현한 인간조각상이 세워졌고, 직원휴게실 안에는 팝아트 작품과 이용이 가능한 안락의자 작품이 놓였다. 또 야외 휴게실은 외부 사람들도 작품을 감상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개방되었다. 프로젝트 완료 후 이 작품들은 공단 내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냄과 동시에 인근 기업 근로자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창메탈은 이러한 문화경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개방적이고 독창적 사고와 회사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체화시킴으로써 기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음악은 장르의 속성상 기업 경영에 직접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런 편견을 깨고 음악 후원을 위주로 한 메세나 활동을 통해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중소기업이 있다. 2008 중소기업문화대상, 2007 사회책임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자타 공인 대표 문화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성도GL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성도GL의 문화경영에는 김상래 대표의 확고한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1980년대 근무하던 씨티은행 본사가 후원한 뉴욕필 공연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우리나라에도 문화경영을 뿌리내리겠다고 다짐했다는 김 대표는 1996년 CEO에 부임하자마자 업계에 만연해 있던 음주접대를 없애고 당시만 해도 생소한 문화접대를 시행하였다. 또 독서경영을 도입하여 책 읽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갔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의 창단을 적극 후원하게 되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매칭펀드 사업을 통해 성도GL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헤이리오케스트라는 일 년에 두 차례의 정기연주회를 비롯한 활발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리(里) 단위 오케스트라”(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로서는 괄목할 만한 활동이다. 성도GL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08년 헤이리에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퍼플’을 개관해 메세나 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속적인 메세나 활동과 문화경영을 통해 성도GL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매출액이 230억원(2002년)에서 540억원(2008년)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소득은 이 활동들이 직원들의 애사심과 근무만족도를 놀랄 만큼 높여주었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낮은 사기와 자긍심 부족, 그리고 이로 인한 잦은 이직은 모든 중소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그러나 성도GL은 문화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의 동참을 설득한 결과 22%에 달하던 이직률이 1%대로 떨어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작년에 문화부에서 실시한 ‘문화경영 효과조사’에서 직원들의 조직신뢰도와 자긍심이 타 기업의 두 배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 어떤 외형적 수치보다도 값진 변화라 할 수 있다.


문화경영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취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화경영, 창조경영의 필요성을 어렴풋이 인정은 하면서도 본격적인 실천은 거대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는 형편에 문화에 신경 쓸 여력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위 기업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이라도, 아니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문화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과 조직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필수적이 되어가고 있다. 미래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맞서 이를 선도하느냐 아니면 당장의 생존에 급급해 현재에 안주하느냐는 문화경영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의 선취 여부에 달려 있다.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은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를 원하는 창조적인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필자소개
박현준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교보생명 산하의 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을 거쳐 2009년부터 한국메세나협의회의 A&B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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