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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판소리는 자신을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소리"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10/05/08
  • 조회수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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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판소리는 자신을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소리"
고경곤 한국소리오페라단 단장 인터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고경곤 한국소리오페라단 단장은 우리의 소리인 판소리를 서양의 오페라와 접목해 전세계에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한국소리오페라단이 창립된 것은 지난 2008년. 고 단장은 ‘우리 소리인 판소리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서양인에게 익숙한 오페라와 접목시키게 됐다고 한다. 문화저널21은 한국소리오페라단 고경곤 단장을 만나 한국 소리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배문희 기자(이하 배): 한국소리오페라단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고경곤 단장(이하 고): 한국소리오페라단은 지난 2008년 창립된 이래 우리 소리인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오페라와 접목해 공연해오고 있습니다. 첫 공연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 명창인 진채선의 일대기를 그린 ‘진채선’을 무대에 올렸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앞으로 ‘진채선’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한편, 우리의 역사와 인물을 오페라화해 세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배: 판소리와 오페라를 결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 판소리를 ‘어떻게 하면 세계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오페라라는 틀을 만나게 됐습니다. 우리 것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스타일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공연을 해보니 오페라의 창법과 판소리의 창법이 어우러져 훌륭한 하모니를 연출했습니다. 안숙선 명인 등 여러 판소리 명인들도 판소리와 오페라를 잘 결합했다는 호평을 해줘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저런 소리가 있는 줄 몰랐다’며 매료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배: 언뜻 생각하기에 오페라의 벨칸토 창법이 워낙 크게 울려퍼지는 소리다보니 판소리만의 독특한 발성이 묻혀질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고: 처음엔 그런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절대 밀리는 일이 없습니다. 아니,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 소리가 훨씬 더 빛을 발했습니다. 한국소리오페라단의 첫 작품 ‘진채선‘을 무대에 올렸을 때의 일입니다. 주인공 진채선 역만 판소리 창법을 구사하고 나머지 배역들은 오페라의 벨칸토 창법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배역들이 오페라 창법을 구사했기에 그 속에서 진채선 역의 판소리 창법이 더욱더 빛났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 공연을 통해 우리 소리의 위대함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배: 판소리의 매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 오페라의 벨칸토 창법은 객석 전체를 울리는 소리입니다. 벨칸토 창법 자체가 최대한 목을 상하지 않고 큰 울림을 내기 위해 고안된 창법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성대를 자극하지 않고 그대로 울려 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판소리는 정반대입니다. 판소리는 성대를 자극시키고 마모시켜 자신을 버리면서 노래해야 하는 소리입니다. 자신의 한을 최대한 소리로 뽑아내서 전달하는 소리인 것이지요. 그러니 관객에게 와 닿는 마음의 울림과 파장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떤 해외 관객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페라의 벨칸토 창법이 객석 전체를 울리는 소리라면 판소리는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꽂히는 소리처럼 느껴져 잊을 수 없었다’고요. 판소리의 이런 매력이 좀 더 많은 세계인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배: 국립극장에서 하는 창극을 평소 즐겨 보는 편인데 창극과 한국소리오페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고: 창극은 음악 악기 편성이 우리 악기로 돼 있어 한국적인 형식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한국소리오페라는 악기 편성이 오케스트라 형식이며 서양악기와 우리 악기가 어우러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서양악기에 대금, 해금, 가야금이 들어가고 서양의 오페라 창법에 판소리가 접목된 것이죠.
 
한국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서양의 옷을 입어야만 좀더 친근하게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불고기’를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전통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서구적인 스타일을 갖춘 것이 한국의 불고기 아니겠습니까?
 
배: 한국소리오페라단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채선’ 공연에 대해 소개 바랍니다.
 
고: 오페라 ‘채선’은 한국 최초의 여성 명창인 진채선에 대한 이야깁니다. 당시 사회는 여성이 소리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보수적인 시대였습니다. 그런 시대의 장벽을 뚫고 여성 명창의 길을 걸어간 진채선이라는 여성에 매료돼 오페라로 만들게 됐습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진채선의 일대기가 알려지지 않았던 점도 오페라를 만드는 데 하나의 동기가 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오페라 ‘채선’을 통해 진채선이라는 여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또한 '채선‘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인의 위상이 올라가고 한국 음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시금석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배: 오페라 ‘채선’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고: 진채선이라는 인물은 여성이라는 시대적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룬 인물이라는 점이 극적인 요소입니다. 공연을 본 사람 중에서 자기 분야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열정을 바쳤던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주인공의 모습을 스스로의 모습과 투영해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오페라는 아리아가 생명인데 ‘채선’을 작곡한 김삼곤 작곡가가 서양악기로 우리 악기를 훌륭하게 표현해서 놀라웠다는 평도 많았습니다. 
 
배: 한국소리오페라 '채선‘이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태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면서요?
 
고:  네. 그렇습니다. 이태리에서 한국소리오페라를 올리려고 하는 것은 대단한 호평과 극찬을 바라기 때문이 아닙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소리오페라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들의 반응을 본 후 향후 한국소리오페라를 만드는 데 밑거름을 삼으려고 합니다. 한국소리오페라가 완성단계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들이 더 많습니다. 역사를 만들기 위해선 단기간에 이룰 수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두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10년 후엔 건강한 청년 작품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배: 한국소리오페라단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고: 한국소리오페라단의 계획은 한 마디로 말해 ‘우리 소리의 세계화’입니다. 더 이상 긴 말이 필요없습니다. 그 목표를 향해 한국소리오페라단의 활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진 : 최재원기자)
문화저널21 배문희기자
baemoony@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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